이 가게 들어봤을걸💥 ※ 다크 모드일 경우 '웹에서 보기'를 추천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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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한 줄이면 다 나오는 세상? 하지만 그 정보..너무 싱겁지 않았나요?
솊디터들이 직접 가보고 듣는 또 다른 이야기.
독자님의 삶의 빈틈에 감각을 깨우는 향신료가 되겠습니다.
MSG 오리지널 생활밀착형 미디어 인터뷰 시리즈 ‘스파이스업'
미디어란 어쩐지 가상의, 허공의 형체가 없는 무언가를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맛집을 검색해서 찾아가고, 오늘 하루 힐링 할 영화를 찾아보고,
유행하는 방송과 유튜브 콘텐츠를 보며 웃고 떠들고,
누군가와 교집합을 만들기도, 나만의 차집합을 만들기도 하며
무한한 시공간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습니다.
EP01. [미디어를 탄 소상공인들]
미디어에 바이럴이 되어 실질적으로 변화를 겪은 사장님들과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이번 시리즈는 본편, 부록, 리뷰로 약 3주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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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꼬집] '처음'에 대한 느낌은 언제나 바뀔 수 있다 「하츠코히」
[두 꼬집] 휘뚜루 마뚜루 「스테이블 그라운드」
[세 꼬집] 노스텔지어의 관성 「킷사고구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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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대한 느낌은 언제나 바뀔 수 있다. <하츠코히>
‘처음’은 누구에게나 설레기도 하고, 서툴게 느껴지기도 하고, 시간이 흐르면 감회가 새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이 ‘첫-’에 많은 의의를 두는 건 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비 오는 날 5월의 아침 <하츠코히> 오픈 전, 솊디터 셋이 인터뷰를 위해 망원 골목 어귀의 작은 카페를 찾아갔습니다. 사장님 내외(?)분들은 반갑게 저희를 맞아주시고 털털한 대답을 이어 가주셨답니다. 하츠코히는 SNS에서 피드에서 한 번쯤은 스쳤을 확률이 꽤 높으실 겁니다. 고양이와 커피, 나폴리탄, 아기자기한 무드로 유명한 공간이지만, 실은 제한되지 않은 많은 가변성을 품은 공간이라는 이면의 이야기를 듣고 왔는데요.
<하츠코히>는 영화 <하츠코이(첫사랑)>에서 영감을 받은 작명으로 ‘첫 커피’, ‘첫 카페’같은 울림을 주고 싶으셨다고 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대화를 나눈 결과 하츠코히는 뚜렷한 틀과 방향 보다는 그때의 흐름에 더 집중하는 곳이었습니다. 마치 무궁무진한 알록달록 귀여운 액체 괴물 같았죠. 뚜렷한 목표보다는 녹아듦과 자연스러움, 사람다움에 가치를 두는 사장님들의 소신에 저희도 뭉근한 기운을 받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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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를 열다
Q1. 가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현호
원래는 저의 가장 친한 친구가 카페 창업을 준비했었습니다. 그 친구가 지금은 세상을 떠나게 돼서 꿈을 대신 이뤄주고자 이렇게 카페를 열게 되었네요. 원래 그 친구랑 카페를 자주 다니기도 했고, '만약에 카페를 열게 된다면 둘이 같이 해보자' 같은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또 창업과정을 설명해 드리자면 제가 본업이 해외여행 인솔자거든요. 코로나 시기에 해외여행이 제한적이게 되고 본업을 쉬게 되니까 적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하츠코히’ 문을 열게 됐습니다. 처음엔 혼자 시작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다해와) 둘이 같이 운영하고 있어요.
Q2. 두 사장님께선 어떻게 함께 하게 되셨나요?
현호
원래는 저 혼자 시작한 가게였어요. 이 친구(다해)가 이제 손님이었는데.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어서..다해는 원래 방송계 일을 하는 친구였는데 일을 그만뒀어요. 최근에 저는 해외여행 인솔자 일이 바빠지면서 지금은 다해가 거의 사장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일을 거의 다 도맡아서 하고 있어요.
다해
저는 카페 일을 하게 될 거라곤,,계획에 있진 않았는데 일을 하다 보니까 적성에 잘 맞아서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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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낳는 미디어
Q3. 가게 명은 어쩌다 하츠코히가 된 건가요?
현호
드라마 <하츠코이> 보셨어요? 일본 드라마 <하츠코이>라고 있어요. 여기 이렇게 가게에 First Love 포스터가 붙어있는데…하츠코이가 일본어로 ‘첫사랑’이라는 뜻이거든요. 제가 일본 문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저 작품을 인상 깊게 봐서 커피를 뜻하는 ‘코히’로 언어유희를 해봤습니다. 따지자면 ‘첫 커피’ 이런 뜻으로… 제가 처음 여는 카페이기도 해서요. 복합적인 의미가 있네요.
Q4. 저 작품에 영감을 받으셔서 이렇게 가게 이름을 짓게 되신 거죠?
현호
그렇죠. 아무래도 저 작품에 영감을 많이 받았고 저 이름이 주는 울림이 있어요. 그리고 드라마를 정말 재밌게 봤어요. 말 그대로 첫사랑에 대한 드라마예요. 좀 오글거리는 그런 맛이 있는 드라마인데 오랜만에 옛날 감정을 들게 한 드라마라서 재밌게 봤습니다.
Q5. 가게 오픈한 초반에는 어떠셨어요?
현호
가게를 오픈한지 2년 정도 됐는데, 초반엔 미니멀하고 담백한 느낌이었습니다. 현재의 아기자기하고 아늑한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까 하나씩 채워나가게 됐네요. 가게 초반 분위기를 모르는 손님분들께선 저희가 일본색이 많이 묻어난 카페라고 아실 수 있는데, 처음엔 일본보단 미국 색이 많이 들어간 컨셉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의 손을 타는 가게다 보니까(현재는 다해 사장님의 취향이 많이 반영되다 보니) 요즘엔 일본의 킷사 같은 느낌이 많이 더해진 것 같아요.
Q6. 말씀 주신대로 매장에 사장님들 취향이 많이 묻어나는 것 같은데 <하츠코이> 말고도 영감을 받은 미디어가 있으신가요?
현호
제가 하는 일이 해외여행 인솔자잖아요. 여러 나라의 문화가 제 몸에 체화되고, 거기서 가게의 무드가 레이어드 되는 것 같아요. 해외 나가면 빈티지 샵도 많이 가거든요. 그럴 때마다 빈티지한 무드도 <하츠코히>에 녹이면 좋겠다고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Q7. (뒤를 둘러보고) 가게에 빈티지 의류도 있네요.
현호
원래는 제가 세컨핸즈를 먼저 시작했어요. 세컨핸즈를 하다가 카페를 같이 접목한거예요.해외엔 카페랑 옷을 같이 파는 샵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그 당시에)그렇게 많지가 않았었어요.
제가 일본 가서 (빈티지 의류를) 바잉을 해오는데 해외 인솔자 일로 바빠지고 바잉이 적어지다 보니까 현재는 점점 손을 떼게 됐어요. 이게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했어요. 세컨핸즈를 잘하시는 분들이 많아가지고..제가 큰 경쟁력이 없더라고요. 내가 잘하는 걸 하자 라고 생각해서 카페랑 인솔자 일에 더 집중하게 됐습니다. 지금 뒤에 있는 빈티지 의류들은 다해가 꾸려왔습니다. 옷에 관심이 많고 좋아하다 보니까, 제가 하는 법을 알려줘서 하고 있어요. 지금은 여자 옷이 더 많습니다. 근데….저도 다시 하고 싶기도 해요. 저도 옷을 워낙 좋아하거든요.
Q8. 많은 가능성이 열려있는 가게네요.
현호
N잡러 해야 돼요. 요즘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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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과 하츠코히
Q9. 망원에 가게를 연 이유가 있으신가요?
현호
다른 지역도 발품을 굉장히 많이 팔아봤는데 이 매물이 보자마자 가장 맘에 들었어요. 또 제가 강서 사람인데요, 주로 노는 곳이 합정이나 홍대예요. 놀 때 마포구를 잘 벗어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친숙하기도 했습니다. 망원이 유동 인구가 많고, 사는 사람들도 많고, 괜찮은 요소가 많아서 선택하게 됐습니다.
Q10. 그렇군요. 망원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다해
정이 많다? 망원 사람들 진짜 정이 많고 살기 좋은 곳인 것 같아요. 지금 사는 곳도 망원인데요.
동네에 어르신 분들이 많으시거든요. 나눔도 많이 해주시고 챙김 받고 너무 감사해요. 여기 건물 주인 분도 할머니 신데 엄청 좋으세요. 정이 많고 사람이 좋은 게 이 동네만의 매력이에요. 그리고 뭐가 다 있어요. 있을건 다 있어요. 맛집도 많고요. 굉장히 좋아요. 시장도 있고..없는 게 없는 것 같아요. 한강도 있고 하츠코히도 있고 (?)
Q11. 망원에 카페가 엄청 많은데 그중에서도 하츠코히가 사랑받는 이유는 (사장님으로서) 뭐라고 생각하세요?!
현호
솔직히 제가 할 때는 그렇게 막 인기가 엄청나진 않았어요. 지인들 와가지고 막 그냥 앉아서 커피 먹고 그냥 되게 널널한 느낌이었는데 주인이 바뀌고 인기가 많아졌죠.
다해
솔직하게 말하면 저희 하츠(하츠코히의 마스코트 고양이) 때문이 아니었을까…제일 큰 영향? 그 영향이 진짜 컸어요. 하츠로 의도해서 홍보한 건 아니었지만 하츠가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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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를 탄 소상공인
Q12. 하츠코히가 SNS에 많이 소개되잖아요. 예상하셨는지, 체감하는 변화가 있으신지 궁금해요.
현호
네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바이럴이 될 것이라는 전혀 예상을 못 했고 솔직히 혼자 조용히 할 생각이었어요. 그냥 할아버지가 근근하게 운영하는 느낌으로 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바이럴이 많이 되고 좋아해주셔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진짜.
체감하는 변화는..원래는 동네 사랑방같은 느낌이었죠. 친한 친구들이 오기도 하고, 처음 뵙는 손님분들이랑 대화하면서 친구가 되기도 했는데 이제는 새로운 손님들이 많아서 그때 자주 와주셨던 단골 분들이 방앗간처럼 오긴 힘든 곳이 되었다는 게 조금 마음 쓰이긴 해요. 그래서 그분들이랑은 다른 카페에서 만난답니다.
Q13. 실질적으로 체감이 되는 부분도 있으세요?
현호
제일 큰 거는 매출의 변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여기가 워낙 조그마한 평수여서 드라마틱 하진 않아요. 아니면 가게가 좁다 보니 밖에서 웨이팅 하시는 손님이 생기거나 이런 게 조금 실질적으로 눈에 보이는 변화인 것 같아요. 지금 이렇게 MSG에서 인터뷰하러 와주신 것도 작은 변화이지 않나 싶습니다.
다해
여기저기서 전화가 많이 와요. 아니면 팝업 스토어나 콜라보를 해보자는 연락도 많이 주시는데, 최근엔 매장을 혼자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병행하기엔 어려운 것 같아요. 해보고 싶긴 한데 물리적인 한계가 있어서 도전해보진 못했어요.
Q14. 그러니까요. 팝업도 많이들 하시더라구요.
현호
맞아요 둘이 같이 운영할 상황이 되면 서로 분업을 할 텐데 제가 계속 해외에 있다 보니까 그런 외부 활동을 따로 하기가 어려운 상황인 것 같습니다. 당장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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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하츠코히
Q15.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다해
사실 하츠코히는 여기저기에 홍보해보겠단 욕심은 없어요. 망원이라는 동네에 스며들어서 누구나 편하게 올 수 있는 그런 카페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는 다른 매장을 차릴 계획이 있어서 내년엔 하츠코히를 잠시 떠날 것 같아요. 원래 하시던 사장님이 다시 맡아서 할 계획이라…(현호 사장님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현호
아마 싹 개편이 될 겁니다. 제가 원래 요리를 못 해서 (현재 요리 메뉴들의 운명을) 잘 모르겠네요. 지금의 하츠코히가 아기자기한 느낌이었다면 다시 사랑방 같은 느낌으로 회귀하지 않을까요? 저는 손님들이랑 대화하는 걸 좋아해요. 아마 손님들이랑 친근하게 대화 나누면서 그냥 편하게 오셔서 커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보면 손님분들도 많이 와주시고 저도 해외에 많이 나가 있다 보니 소통할 기회가 좀 적었어요. 내년엔 다시 손님들이랑 수다도 많이 떨고 그런 가게가 될 것 같아요.
Q16. 요즘 꽂힌 미디어나 가게랑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 곡 추천 부탁드려도 될까요?
다해
플레이리스트? 요즘에 꽂힌 미디어는 이혼숙려캠프. 나는솔로, 꼬꼬무?
현호
제가 떡볶이를 엄청 좋아해서..떡볶이랑 교촌치킨 같이 그거 먹으면서 하루 마무리하는 게 낙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예능 보고…
다해
궁금한 이야기 Y,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좋아해요.
현호
원래 방송 PD 되고 싶었대요. 약간 그런 거 좋아합니다. 요즘에 그리고 추천하는 플리?
다해
레이백
현호
우리 유튜브 플리중에 레이백이라고 있어요. 그분이 처음에 하츠코히 초창기에 오셔서 촬영을 한 번 하셨는데 그 분이 만들어주신 플레이리스트가 좋아요. 저희 가게랑 너무 잘 어울리고..
다해
하츠코이 OST!
Q17. 마지막으로 방문해주시는 손님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다해
저희 하츠코히를 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뭐라고 말씀을…..
현호
저희 가게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닌데 기다려 주시는 분들께 너무 감사합니다. 정말 대단한 카페가 아닌데 손님들이 와주셔서 대단한 카페가 된 것 같습니다. 방문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먼 길 와주시느냐고 항상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많이 방문해주시고 오셔서 저희랑 대화 많이 나눠요. 저희 되게 열려있는 사람이니까 같이 대화하면서 재밌는 우리 가게만의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
다해
저희가 좌석이 많지 않지만 좀 편하게 앉으실 수 있도록 매일 밤 생각하고 노력해서 매번 바꾸고 있답니다. 손님들 편의를 위해 생각도 많이 하고 노력도 많이 하고 있어요. 저희 예쁘게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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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뚜루 마뚜루 <스테이블 그라운드>
6월의 선선한 저녁 합정. 옷 가게에서 매대 하나 내놓지 않고 담백한 간판 하나 달아둔 모습이 오히려 눈에 띄는 빈티지샵 스테이블 그라운드를 찾았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가게 안에 자리를 마련해주신 사장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인터뷰 중 사장님께서 휘뚜루 마뚜루 라는 표현을 쓰셨는데요. ‘휘뚜루’는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라는 뜻이고, ‘마뚜루’는 특별한 의미 없이 운율을 맞추기 위해 붙인 말입니다. 무엇을 가리지 않고 마음이 내키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따르는 행위를 말하죠. 자유로운 사장님과 군더더기 없는 스테이블 그라운드의 분위기에 딱 걸맞은 표현이었습니다.
미디어의 파급효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딱히 미디어로부터 취향을 찾진 않는 스테이블 그라운드의 마초 같은 매력에 솊디터들도 다른 관점에서 미디어를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미디어란 꼭 찾아가는 것이 아닌, 어느 순간에 ‘불쑥’ 닿는 것이 아닐까요? 수많은 정보 속에서 결국 내 취향을 따라 알고리즘이 만들어지는 최근엔 더더욱 와 닿는 말인 것 같습니다.「구경꾼의 탄생」에선 ‘문화란 생산되고 소비되는 것이 아닌 ‘침입’하는 것이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요. 미디어도 현대의 문화생산 매개의 핵심으로써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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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를 열다
Q1. 사장님 소개와 가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스테이블 그라운드는 이름을 지은 계기부터가 ‘과하게 하지 말자’, '빈티지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도 가볍게 와서 하나 살 수 있고 진입 장벽이 낮은 제너럴한 가게가 되자!' 인데요. 최근엔 데님을 위주로 하고 있어서 더 가게 이름에 맞는 분위기가 되지 않았나…합니다. 네 그런 가게입니다.
Q2. 데님을 유독 좋아하는 이유가 있으세요?
사실 엄청 사랑한다 이건 아닌데 청바지만큼 매치 쉬운 것도 없어요. 워크웨어도 되고 은근히 편하거든요 휘뚜루 마뚜루
Q3. 원래 하시던 일과 가게 오픈 스토리가 어떻게 되세요?
이 전에는 실용음악 했었는데요. 원래 세컨핸즈 블루오션 시절에 혼자서 빈티지를 부업으로 해왔습니다. 그러다 그 일의 비중이 생활에서 커지면서 실용음악을 거의 접게 됐네요. 처음엔 소매로 사고 팔았는데, 점점 매출이 커지면서 도매로 사게 되고,,가게도 차리게 됐어요. 다 점진적으로 자연스럽게 벌어진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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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낳는 미디어
Q4. 인생영화나 가게 인테리어에 영감 받은 미디어 있으신가요?
영화는 굳이 찾아서 보진 않습니다. 퇴근하면 운동 하고요. 근데 해운대가 갑자기 생각나네요…아! 곡성 하겠습니다. 전 막 찾아서 보는 것보다 입소문이 나거나 저에게 닿으면 보는 타입입니다.
Q5. 오! 인상 깊어요. 닿으면 보는 타입...가게에서 플레이리스트는 어떤 거 고르세요?
유튜브 로그인하면 제일 먼저 뜨는 거 누릅니다. 전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편 (실제로 확인했더니 진짜 알고리즘대로 고르셨습니다.)
Q6. 실용음악 하셨다고 했는데 가장 좋아하는 가수 있으세요?
박효신 좋아합니다. 무조건. 근데 주기적으로 바뀌는데, 바뀌는 가수들이 똑같아요. 나윤권, 정승환, 성시경 그 사이에서 사이클이 돌지만 정점은 박효신이라고 할 수 있죠.
Q7. 혹시 요즘 보시는 프로그램 같은 거는..OTT는..(집요)
OTT 안봅니다. 정말로 평소에 일 하고 운동하고 밥 먹을 때 유튜브 봅니다. 런닝맨 자주 봐요. 무한도전도 좋아해요. 특히 못친소 시리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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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과 스테이블 그라운드
Q8. 합정에 자리 잡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합정에서 자주 놀고, 그러다 보니까 유동인구도 잘 알아요. 지인들도 여기에 많이 살구요. 가게 처음 오픈하면 지인이 얼마나 와주는지 유동 인구가 어떻게 되는지가 되게 중요하잖아요. 그리고 동업하는 형이 마포구에 오래 살아서 지리를 잘 아는 동네였기에 자리 잡게 됐네요.
Q9. 합정이라는 지역의 특징과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합정은 마을 같아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많은데 서로 도와주고 친하고 경쟁하는 느낌이 안 들어서 좋아요.
Q10. 빈티지만의 매력은 뭔가요?
빈티지만 한 게 없어요. 빈티지만의 매력이 있는 게 누군가가 입었던 옷이잖아요. 같은 개체여도 워싱도 달라지고 밑단의 터짐도 다르고 수축률도 달라지고 재밌고,,그리고 제품군들이 다른 사람의 옷이랑 겹치기가 쉽지 않죠.
Q11. 손님 성비는 아무래도 남성 분들이 많으시죠?
극단적으로 남성분들이 많습니다. 8:2 정도. 아무래도 청바지를 좋아하는 건 남성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리바이스 자체가 밑위를 골반에 걸쳐 입어야 하는데 요즘 나오는 여성분들 청바지하고는 아예 다른 느낌이라서.. 남성분들이 선호할 만한 제품이 많은 것 같습니다.
Q12. 마포에 빈티지샵이 많은데, 다른 빈티지샵과의 차별점으로 생각하는 것은요?!
저희는 원래부터 세탁을 필수로 해줬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다들 너무 잘해서 큰 메리트가 되지는 않는 것 같구요. 합정이라는 위치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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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를 탄 소상공인
Q13. 가게 초기엔 좀 어떠셨나요?
오픈 하자마자 박영감이라는 유튜버 분이 영상을 한 번 올려주셨거든요. 원래도 생각보다 많이 찾아와주시네..했는데 영상이 올라가자마자 물건이 모자란 느낌이 들 정도로! 손님이 많이 찾아주셔서 놀라웠어요.
Q14. SNS에서 바이럴 될 거라는 걸 예상하셨어요?
처음엔 못했는데 유튜브에 올라갈 땐 알았어요. 이 영상을 보고 손님분들이 많이 찾아 오실 거란 걸. 한 명의 인플루언서 파급효과가 엄청나구나 직접 깨닫게 된 계기이기도 했어요. 그래도 저 혼자 마케팅 하는 것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Q15. 미디어의 파급효과를 체감하셨겠네요.
네 완전. 지금도 아무래도 워크인 손님들보다는 소셜미디어에서 보고 찾아 와주시는 손님분들이 많아요.
Q16. SNS를 통한 판매와 입소문의 장단점은 어떻게 되나요?
빈티지 한정으로 보면 단점이 더 클 수가 있는 게, 일단 품이 많이 들어요. 장점은 매장 외에 또 다른 수익원이 된다는 정도? 매출은 최근 들어서는 오프라인 비중이 훨씬 커요. 그것도 한 8:2정도? 원래는 거의 반반이었어요. 바지매출은 확실히 매장이 있는 게 강점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입어봐야.
Q17. SNS로 손님들이랑 소통도 많이 하시나요?
자주 합니다. 우선 제가 게시글을 올리면 손님분들께서 다이렉트 메시지를 많이 주시죠. 제품을 물어보기도 하고.. DM으로 소통 많이 합니다.
Q18. 미디어에 대해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으신가요.
아니요 계속 좋게 생각해왔기 때문에 일관됩니다. 미디어에 노출되고 소통하는 건 자영업자 입장에서 참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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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스테이블 그라운드
Q19. 사장님 픽으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빈티지 아이템/매장/브랜드(국내/외국)
비싸서 많이 접하지 못하는 브랜드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RRL을 제일 좋아합니다. 브랜드만의 무드가 너무 제 취향이에요. 좀 박력 있는 브랜드거든요. 제 추구미는 아닌데 그냥 남자라면 다 좋아하는 브랜드 같아요. 그다음으로는 리바이스 데님들? 옛날에 일본 복각 브랜드들 많이 사고 했는데 저조차도 결국은 다 팔고 리바이스만 입더라고요. 청바지의 근본 같고 금액대도 부담 안 되는 금액대가 많아요.
Q20.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원래는 합정에서 또 하나 가게를 낼까 하기도 했었는데요. 지금은 이 주변에 좋은 자리가 나면 가게 크기를 확장하고 싶어요. 현재 많이 하고 있는 데님류도 더 디피하고 싶고, 제너럴한 아이템도 더 디피하고 싶고.. 매장평수 때문에 못보여주고 있는 옷들이 있어요. 물리적인 한계가 좀 있죠.
Q21. 청바지로 3행시 부탁드립니다.
청 : 춘은.
Q22. 표절 말고 다시 부탁드립니다.
오마주 하겠습니다.
청 : 춘은~
바 : 로바로
지 : 금부터 시작이다.
Q23. 오시는 손님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혹시 내향인 분들이라면 말 거는 게 구경하시기 불편하실 수 있잖아요. 저에게 살짝 눈치 주시면 잠깐 나가 있겠습니다.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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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텔지어의 관성 <킷사고구마>
우리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미디어 속에서 자라왔습니다. 때로는 만화 속 한 장면, 라디오에서 흐르던 목소리, 비디오테이프의 노이즈마저도 우리의 감각을 만들어줬죠. 그래서일까요. 미디어는 이제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여정의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문래동의 작은 다방 킷사고구마는 그런 저희 MSG 기획의도와 딱 맞닿아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가게를 처음 만든 이유도, 누구보다 사장님 본인에게 이런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하셨는데요. 언제 와도 변하지 않는, 나만의 아늑한 공간. 누구에게나 각자의 ‘기억의 배경음악’ 같은 공간이 있듯이, 킷사고구마는 사장님의 추억과 향수가 켜켜이 스며든, 조용하지만 따뜻한 가게였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사장님이 한국어를 배우던 시절 ‘고구마’를 ‘아기곰’이라 착각하셨다는 이야기였는데요. 가게 곳곳에 인테리어된 아기곰 조각들이 사장님의 조용한 위트를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주목받는 미디어가 되기 위해선 늘 자극적이고 빠르기만 해야 할까요? 때로는 묵묵한 진정성이 효율적으로 가닿는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저희 MSG도 빠르고 현란한 현대사회에서 저희만의 기조를 지켜보고자 합니다.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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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를 열다
Q1. 안녕하세요. 인터뷰 문의를 받으셨을 때 당황스럽거나 그러진 않을지 염려됩니다.
코히 솊디터님이 직접 손님으로 방문해주시는 겸 그 자리에서 물어봐 주셨었는데요. 그 당시엔 무슨 내용인지 잘 몰랐지만 너무 성의있게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주셔서 괜찮았습니다. 당황스럽지 않았어요.
Q2. 정말 다행이에요. 저희 독자님들께 가게 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우선 일본에서 카페랑 킷사텐은 업종 자체가 다릅니다. 킷사텐이라는 하나의 업종이 있어요. 카페 개념도 있고,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음식점 형태일 수도 있고, 진짜 바리스타 전문가들이 하는 가게도 있지만… 어쨌든 킷사텐이라 하면 좀 가정적인 느낌이 나는 가게가 꽤 많아요. 전문가가 한다는 느낌보다는 가족식당 같은 느낌으로. 그러다가 3-50년 이어지는 개념의 가게들도 진짜 많고.
저도 어릴 때부터 다녔던 추억의 킷사텐이 많아요. 킷사고구마에서도 유행되지 않는 걸 하고 싶었어요. 한국은 변화와 유행이 빨리 움직이는 나란데 그것도 재밌고 멋있지만, 제가 나이가 있다 보니 가끔은 따라가기 어려울 때도 있더라구요. 한국에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항상 같은 모습인 가게를 운영해보면 유의미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가게를 열었습니다.
Q3. 한국에는 언제 오셨어요?
한국 온 지는 정말 오래됐어요. 남편이 한국 사람이라 결혼해서 오게 되었는데요, 사실 조금 부끄러운데 2005년에 왔습니다. 어학당 다니고..근데 한국말 아직 너무 서툴어서 얘기가 민망하네요. 처음엔 영등포 부근에 있었습니다. 문래로 온지는 10년 됐어요. 일본에 있었을 땐 도쿄쪽에 있었습니다. 도쿄 옆 사이타마요. 한국으로 치면 경기도 같은 느낌이에요. 출퇴근은 도쿄로 하고 베드타운인 느낌입니다.
Q4. 최근에 킷사텐 컨셉의 가게가 많잖아요. 가게 맨 처음에 여실때도 좀 많았나요? 어쩌다 킷사텐을 열게 되신건지 계기가 궁금해요.
제가 처음 열 당시에만 해도 킷사텐은 거의 없었습니다. 2023년 초에 열었는데,,2022년 여름쯤 마음을 먹었어요. 그 전에는 계속 직장생활을 했고 그다음에 일본어 선생님 같은 것도 하고 네…뭐 그랬어요. 원래는 책을 너무 좋아해서 북카페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제가 일본 책 원안을 좋아하고 일본 책 원안에 대한 수요가 그렇게 크진 않을 것 같아서 좀 시장에 안맞다..라고 생각했어요.
Q5. 아 원래는 책이랑 관련된 무언가를 하고 싶으셨나 봐요.
네. 그래서 저는 킷사텐은 하나의 문화라고 생각하는데요. 책과 연관 지어서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아요. 관심 있으시면 일본 책도 많으니까 보고 가실 수도 있고, 대화하고 싶다면 같이 수다도 떨면서..단순히 커피나 디저트 파는 상점이 아닌 ‘킷사텐이라는 하나의 문화를 체험해가셨으면 좋겠다.’ 라는 바람이 있습니다.
Q6. 가게 이름은 왜 고구마인가요?
이건 하나의 헤프닝에서 시작됐는데, 제가 한국말 아예 몰랐을 때 *고구마라는 단어를 아기곰이란 뜻으로 알았어요. 그런데 너무 뒤늦게 고구마가 먹는 고구마란 걸 알게 된 거예요.
얼마 후 알게 됐지만 가게 이름으로 쓰게 된 이유는 더블미닝처럼 한국사람에게는 먹는 고구마로 소리가 알아듣기 쉽고 각인되기 좋잖아요. 뜻 자체는 아기곰으로 짓긴 했어요. 근데 한국분들이 오셨을 때 가게 이름이 왜 고구마냐, 고구마를 좋아하시냐 이런 질문 주시는데 그럴 때마다 설명드리면 또 재미가 있잖아요. 그런 중의적 의미로 지었어요.
Q7. 아! 그래서 가게에 이렇게 곰 조형이 많구나.
네 원래 제가 아기곰을 좋아하기도 했고,,그냥 어릴 때부터 엄마가 사주겠다고 하면 토끼도 말고 강아지도 말고 곰만 샀다고 했어요. 고구마도 좋아하긴 하는데 아기곰을 좋아해요. 그런데 고구마를 재료로 하는 디저트는 한 개도 없어요. (반전)
*코구마(こぐま) : 아기 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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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와 킷사고구마
Q8. 그러면 여기가 문래잖아요. 문래가 지역색이 뚜렷한데, 문래라는 지역의 매력이나 특성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공장 사이사이에 재밌는 카페라던가 바 같은 게 많아요. 문래랑 킷사텐이랑 너무 어울리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요. 고즈넉한…제가 문래 처음 왔던 10년 전엔 아예 없었어요. 문래역 앞에 스타벅스 하나 있고..어느새 갑자기 많아졌어요.
원래 연희동 쪽으로도 가게를 많이 알아봤어요. 아무래도 그쪽에는 핫플레이스이기도 하고 사람도 많지만 가게도 훨씬 많잖아요. 그래서 딱 맞는 매물을 못 찾았어요. 괜찮은 매물이 있긴 했는데 계약하려고 보니 안돼서 곤란했을 때 남편이 문래에서 하는 게 어떠냐고 추천해줬어요. 그때부터 문래 안에서 찾았죠. 현실적인 얘기지만 지금 킷사고구마가 상가 건물이기도 하고 너무 저렴했었어요. 그래서 뭐 되든 안되든 이 정도면 내가 가게를 적자를 안 내고 유지할 수 있는 규모라고 생각해서 시작했어요.
Q9. 근처 사장님들하고 교류도 있으세요? 추천 좀 몇군데 해주실 수 있을까요?
네 제가 좋아하는 가게도 몇 군데 있어요. 쉼표말랑이라는 가게 추천해요. 거기가 진짜 일본식 옛날 가옥 건물이에요. 거기에 한국이랑 일본 스타일이랑 퓨전된 정식을 날마다 파는데 맛있어요.
Q10. 꼭 가보겠습니다. '다양한 분이 오실 수 있고 언제 누가 와도 나만의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는 곳'이라고 말씀 주신 게 인상 깊어요. 말씀 주신거 외에 다른 특징이 있을까요?
네 그걸 지향하고 있어요. 제가 어릴 때부터 킷사텐을 정말 자주 다녔어요.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그 문화가 녹아있는 게 제일 큰 차별점 아닌가 싶습니다. 킷사텐이 일본에선 어르신 분들도 많이 다니시는 공간입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카페 하면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 카페의 느낌도 많고, 노키즈존도 더러 있잖아요. 그리고 그런 곳들은 아무래도 어르신들이 다니시기엔 지역 특색도 젊은 인구가 많고 장벽이 있는 느낌인데 개인적으론 예쁜 공간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면 좋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어요. 그래서 킷사고구마도 누구나 와서 나만의 아늑한 공간으로 여겨줬으면 싶어요.
그리고 일본 킷사텐에서는 진하고 고소한 그런 원두를 많이 제공하기 때문에 일부러 납품받고 있는 사장님께 그렇게 볶아달라고 요청드리고 있습니다.
Q11. 동네 어르신분들도 많이 오시나요?
네 많이 오세요. 여기 동네 주문이신 것 같은데 가끔 한달에 한번 정도 할머니랑 따님처럼 보이는 분이 오셔서 프렌치 토스트랑 커피 드시고 가시는 분들 계셔요. 뵐 때마다 가게가 예쁘다고 칭찬도 해주시고…그 분들 오시면 너무 기분 좋아요. 뿌듯해요. 그리고 애랑 엄마 아빠 오시는 가족 분들도 있으시고. 동네에서도 몇 분 단골로 와주시는 분들 계세요. 다양하게 와주시면 또 저는 기분이 너무 좋죠. 그런 가게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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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낳는 미디어
Q12.책이 가게 곳곳에 있는데 가게에 가져다 두시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기준은 이 가게와 어울리고, 제가 재밌게 본 작품도 있고, 손님이 보시기에 좋아하시겠다 이런 것도 가져다 놔요. 만화나 무라카미 하루키도 있고 유행하는 것도 있고, 킷사텐에 대한 것도 있고..언제든지 보실 수 있게 해놨어요. 그리고 사진 책 같은 거. 책 읽으러 오시는 손님도 한 분 계세요. 솔직히 그분을 위해서 가져오는 책도 있어요.
Q13. 영화에 나오는 메뉴를 모티프로 하신 게 있더라구요.
네 한 번 했습니다. 앞으로도 할 수 있으면 하고 싶은데..<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시라스 토스트. 제가 그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마침 시라스 토스트가 집에서 자주 만드는 메뉴였어요. 그래서 저희 가게에서 한 번 해보면 어떨까....했습니다.
Q14. '어릴때부터 봐온 게 우리의 취향으로 남아있다.' 저희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이 가게도 어릴 때부터의 노스텔지어로 시작된 가게라고 하셨잖아요. 어릴 때 접해서 사장님의 취향이 된 작품이 있을까요?
우선 저는 지브리 신작이 나올 때마다 보며 자라온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이터널 선샤인> 좋아합니다. 몇 번이나 봤어요.
가장 좋아하는 책은..<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그걸 제일 좋아해요. 인생이라는거 선택 하나 하면 다른 선택을 버려야 하잖아요.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사실 저도 한국에 오지 않았었으면 킷사텐은 안 했을 거예요. 왜냐하면 일본에 제가 좋아하는 킷사텐이 많으니까. 하지만 제가 한국에 왔고 코로나라는 어려운 시대를 경험했잖아요. 강남이나 연남에 살았다면 아마 못했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제가 인생에서 선택한 결과가 여기에 있어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그런 인생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Q15. 철학적인 이야기를 좋아하시나봐요.
아 전 철학과 출신이에요. 완전 철학은 아니고 미학 쪽으로..철학적인 이야기도 좋아하지만 원래 미술사쪽에 관심이 많습니다. 졸업 논문도 그런 쪽으로 썼어요.
Q16. 그래서 미감이 좋으신가 봐요. 제일 좋아하시는 화가도 있나요?
그런 영향이 아예 없진 않을 것 같아요. 졸업 논문에서는 고야라는 스페인 화가를 했어요. 어렸을 때 스페인에 갔을 때 그분의 그림에 매료되었어요. 충격적으로.
Q17. 이 킷사고구마랑 어울리는 작품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가와카미 히로미라는 작가님의 <카미사마>라는 책인데 도호쿠 지방 대지진때 방사능 유출에 관한 주제입니다. 동화니까 곰과 주인공 남자랑 대화하고 놀러가고 이런 장면인데 지진 전에는 같이 상어 잡아먹고 소소한 일상을 즐기지만, 지진 후에는 마스크 쓰고 방사복 입고 있어야 하고 생활의 차이점을 동화로 다룬 책이거든요. 저는 이 책을 너무 좋아해서 (철학까지는 아닐 수 있지만) 생각해볼 만한 지점을 주는 책이어서 좋아합니다.
Q18. 어릴 때부터 일관된 취향을 가지셨네요.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지브리에서도 나우시카를 제일 좋아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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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를 탄 소상공인
Q19.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같은 SNS에 엄청 많이 소개됐잖아요. 미디어에 소개되기 전후로 체감하시는 게 있나요?
근데 너무 감사하게도 가오픈 했을 때부터 인플루언서 분들이 많이 와주셨어요. 어떻게 알고 와주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인스타그램 계정 만들었을 때부터 아무런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연락 주신 분도 있었고..그리고 요즘에 카페 인스타그래머들이 가오픈이라고 하면 꼭 가시나 봐요.
Q20. 그 당시엔 킷사텐이 정말 없었으니까 잘..
그래서 신기해서 와주신 걸 수도 있어요. 처음부터 좀 주목받았던 것 같아요. 저는 준비가 안 된 상태로 갑자기 사람이 많이 오셔서 감사하기도 했지만 죄송하기도 했어요.
Q21. 전후로 큰 체감을 하실 건 없이 처음부터 잘 된 것 같네요.
네 오히려 처음에 많은 주목을 받았고 요즘이 좀 사이클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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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킷사고구마
Q22. 앞으로 계획이 있으신가요?
원래 식사도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킷사텐 하고 싶었는데 문래동은 사람들이 늦게 활동해요. 3-4시 정돈되어야 사람이 많아져요. 원래 모닝메뉴로 피자토스트도 제공했거든요. 좋아하는 분도 계셨지만 수요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메뉴에서 뺐어요. 원래는 이렇게 식사 메뉴도 많이 하고 싶었어요. 오픈 시간도 점점 수요에 맞게 밀렸어요.
브런치 메뉴 많이 생각해놨었는데 못하고 있는 게 아쉬워요. 피자토스트 다시 하고 싶기도 하고 도리아 하고 싶었거든요. 레시피 개발까지는 되어있어요. 그런데 수요가 없어서,,기회만 있으면 다시 하고 싶어요.
Q23. 사장님만의 추천메뉴
일단 우리 가게에서 제일 인기 있는 건 푸딩. 일단 메뉴 이름도 추억의 푸딩이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여기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 친구들이랑 푸딩 먹고 싶다는 얘길 자주 나눴어요. 그때 당시엔 한국에 푸딩이 흔하지 않았어요. 있다고 해도 일본 푸딩이랑은 좀 달랐어요. 집에서 만들 수 있기는 했는데, 가게 가서 먹는 거랑 좀 다르잖아요. 아무래도 가게 가서 커피랑 친구들이랑 즐기면서 먹는 거랑은 다르기 때문에,,,우리 마음속에 남아있는 추억속의 푸딩이라는 이름으로 지었습니다. 한국 취향보다 진짜 일본에서 먹을 수 있는 킷사텐에서 먹을 수 있는 푸딩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Q24. 가게를 한 단어로 말하자면?
아늑하다.
Q25. 방문해주시는 손님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가끔 메뉴 오더를 일본어로 해주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럴 때마다 너무 감사하고 기뻐요. 그 순간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배려가 느껴져서) 찾아와주셔서 항상 감사하고 그냥 편하게 시간 보내다 가주셨으면 좋겠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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