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매는만큼 내 땅이 된다 ⛰️
올해 제가 가장 되뇐 말이자 앞으로의 제 인생의 신조가 된 말입니다. 님의 한 해는 어떠셨나요? 저는 새로운 삶의 시작점을 준비하며 그동안의 제 방향을 많이 돌아보고 정리하는 해였던 것 같은데요. 평소 도파민 넘치는 일상 콘텐츠를 마음껏 향유하다 12월 연말에 조금은 몰아서 정리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연말 덕분에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던 중 마음이 많이 어지러운 순간들이 많았고, 어떻게 하면 나의 자아를 튼튼하게 지탱할 수 있을까, 마음의 항상성을 기를 수 있을까 고민하며, 지난 6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구매한 후 책장 저편에 자고 있던 이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습니다.
도서 <싯다르타>
<싯다르타>는 헤르만 헤세가 평소 관심 있던 동양 사상을 담아 1922년 발매한 소설입니다. 헤세는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등 수많은 명작을 남긴 작가로 많이들 기억하실 것 같은데요. 사실 <싯다르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팬들 사이에서만 알음알음 읽히던 '숨겨진 보물'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한국에서 불교가 불안한 시대 속 마음을 다스리는 '힙한 문화 콘텐츠'이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불교 사상을 서양적 시각으로 해석한 이 책이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소설은 인도 카스트 제도의 최상위 계급인 브라만의 아들 '싯다르타'를 주인공으로 합니다. 그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아버지의 만류를 뒤로하고 출가를 결심합니다. 고행과 수행 끝에 석가모니를 만나지만, 싯다르타는 '깨달음은 부처의 가르침을 통해서가 아닌 스스로가 깨달아야 한다'는 것을 깨우치고는 다시 세속으로 돌아옵니다. 그는 중년이 될 때까지 세속의 욕망과 부유함을 마음껏 누리지만, 결국 공허함에 빠져 자신에게 실망합니다. 이후 사랑하는 여인과 재산을 모두 버린 채 뱃사공의 삶을 선택하며 비로소 진정한 정신적 성장을 이뤄 나갑니다.
<싯다르타>를 실제 석가모니의 일대기나 불교 경전으로 오해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이 책은 완벽한 '성장 소설'에 가깝습니다. 또한 동양 철학이 담고 있는 삶의 가치를 서양인의 관점에서 문학적으로 풀어냈기에, 종교에 상관없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죠,
종교를 넘어선 '나'를 찾는 여정
사실 '책을 다 읽고 나면 나도 무언가 대단한 깨달음을 얻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하지만 소설은 싯다르타가 얻은 깨달음의 실체를 직접적으로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부처의 깨달음은 경전에 있겠지만, 소설 속 싯다르타의 여정은 독자마다 각자의 해석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제가 느낀 이 책의 가장 큰 울림은 바로 '나'의 삶은 특별하지 않을지 몰라도,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우리'의 삶은 특별해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중심에는 결국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늘 거창한 순간이 내 삶을 바꿔주길 기대하지만, 정작 삶을 지탱하는 건 아주 사소한 다정함과 직접 사랑을 전했던 순간들입니다. 정답과 성공만을 좇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더 많이 경험하고 사랑할 때, 심지어 나의 실패까지도 껴안을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되죠,
마지막으로 <싯다르타>는 독자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저마다의 의미를 건져 올릴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책을 읽은 뒤 '민음사TV'의 관련 팟캐스트를 함께 시청하며 다양한 시각을 공유해 보시는 것도 추천해 드려요. 내년에는 우리 모두 싯다르타의 마음을 가지고 더 마음껏 헤매고, 실패하고, 다시 기운차게 극복하는 한 해가 되시길 소망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