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안타깝게도 매출 기준 상반기 1위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329억원), 2위는 야당(320억원)인데요. 관객수는 야당이 338만명, 미션 임파서블이 336만명이긴 하지만 고사를 지내기 직전의 한국 영화 시장에서 외화영화가 매출액 1위인 것은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겠지요. 

이 어두운 지표들은 과연 2025년이라 특수하게 나타난 성적일까요? 안타깝게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불행은 아니었습니다. 한국 영화 시장이 위축된 원인은 여러 가지 요소가 있는데요.

우선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영화 시장 투자 자체가 줄었습니다. 코로나 기간 중 좌석 내 띄어앉기 시행 등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개봉이 미뤄진 영화들을 '창고영화'라고 하는데요. 앤데믹 이후에 <외계+인>1부, <비상선언>, <비공식작전> 등 창고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했지만 흥행 저조가 이어지며 투자 열기가 식었습니다. 

투자 심리 위축은 한국 영화 시장의 5대 배급사 중 하나인 CJ의 행보만 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CJ는 올해 <악마가 이사왔다>와 <어쩔 수가 없다> 단 2편을 배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어쩔 수가 없다>는 한국을 대표하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며, <악마가 이사왔다>는 코미디와 오컬트가 결합된 장르로 배우 박정민이 운영하는 출판사 무제에서 각본집을 함께 공개하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필시 화제가 될 만한 작품만 배급된다는 소극적 심리를 유추할 수 있는데요. 코로나만 끝나면 광명이 찾아올 줄 알았건만 산 넘어 산인 상황입니다. 

이 중 주목할 만한 작품은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과 <F1 더 무비>인데요. 미션 임파서블은 매출 기준 상반기 1위를 기록하며 개봉과 동시에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또한 F1의 경우 세계적인 모터스포츠 F1의 스릴과 속도를 대형 스크린에 담은 작품으로 , 실감 나는 트랙 장면과 심리 묘사로 뒤늦게 입소문 탔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이제 개봉 첫 주가 가장 중요하다는 흥행 공식은 완전히 깨지고, 2주차부터 시작되는 입소문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새로운 흥행 공식에 쐐기를 박는 사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 영화도 질 수 없죠. 여름 성수기 시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작품은 <전지적 독자 시점>, <좀비딸>, <악마가 이사왔다>, <야당: 익스텐디드 컷>이 있었습니다.

그 중 주목할 만한 작품은 단연 <좀비딸>입니다. 17일 영화계에 따르면 전날 기준 <좀비딸>의 누적 관객수는 400만 명을 돌파했으며 모처럼 극장가를 뜨겁게 만들었는데요. <좀비딸>은 좀비가 된 딸과 그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유쾌하면서도 뭉클하게 담아낸 가족형 블랙코미디입니다.

하지만 <전지적 독자 시점>은 흥행과 작품성 면에서 모두 실패하여 제작비에만 300억 원이 넘게 들어갔지만 전날 기준 100만 명의 누적 관객수를 동원하는 데 그치며 손익 분기점 돌파에도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이 두 작품은 여름 극장가의 기대작이기도 했지만, 무분별한 웹툰&웹소설의 영상화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영화 시나리오를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보장된 IP에 기대게 되는 것도 영화 업계의 위축된 소비심리를 방증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